물질을 거부하는 예술: 티노 세갈의 '키스', 리움미술관을 점령하다
"2026년 2월부터 5월까지 리움미술관에서 열리는 티노 세갈(Tino Sehgal)의 개인전은 물질적인 오브제 없이 '구축된 상황'을 통해 관객과 상호작용하는 혁신적인 전시입니다. 사진 촬영과 기록이 금지된 이 공간에서 관객은 해석자(Interpreter)와의 대화나 무용수들의 퍼포먼스(키스 등)를 통해 예술의 일부가 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물질적 소유보다 '현존'의 가치를 탐구하는 이 전시는 잊지 못할 사유의 시간을 선사할 것입니다."

빈 공간, 그러나 가장 꽉 찬 경험

미술관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습관처럼 스마트폰 카메라를 켭니다. 눈앞의 명화를 소유하고,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여 '다녀감'을 증명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2026년 봄, 한남동 리움미술관의 풍경은 조금 다를 것입니다. 
벽에 걸린 그림도, 좌대 위의 조각도 없는 텅 빈 공간. 그곳을 채우는 것은 오직 사람의 목소리와 움직임, 그리고 당신과 나 사이의 공기뿐입니다. 

리움미술관에서 열리는 티노 세갈(Tino Sehgal)의 개인전은 '물질'이 제거된 자리에 '경험'을 채워 넣은 가장 급진적인 전시입니다.
카메라는 잠시 가방 깊숙이 넣어두어야 합니다.
이 전시의 모든 작품은 오직 당신의 망막과 기억 속에만 기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축된 상황(Constructed Situations): 작품이 말을 걸어올 때


티노 세갈은 자신의 작업을 '퍼포먼스'가 아닌 '구축된 상황(Constructed Situations)'이라고 명명합니다.

이는 관객이 일방적으로 구경하는 대상이 아니라, 작품의 완성을 위한 필수적인 구성 요소가 됨을 의미합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해석자(Interpreter)'라고 불리는 이들이 당신에게 다가와 말을 건넵니다.


"이것은 진보입니다(This is Progress)"라고 말하며 시작되는 대화는 당신의 답변에 따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아이에서 노인으로 이어지는 해석자들과의 산책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삶의 주기를 함께 걷는 철학적인 여정이 됩니다.

작품은 고정된 물체가 아니라, 그 순간 생성되고 사라지는 '관계' 그 자체입니다.




"나의 작품은 셔터를 누르는 순간 사라진다. 그것은 오직 지금, 이 순간 당신과의 상호작용 속에만 존재한다."




살아있는 조각, 미술사의 재구성


이번 전시의 백미 중 하나인 <키스(Kiss)>는 미술관 바닥에서 펼쳐지는 가장 매혹적인 '살아있는 조각'입니다. 

두 명의 무용수가 서로를 끌어안고 아주 느린 속도로 움직이며, 로댕, 브랑쿠시, 제프 쿤스 등 미술사에 등장하는 수많은 키스의 장면들을 재연합니다.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흐르는 그들의 몸짓은 에로티시즘을 넘어선 숭고함을 자아냅니다.


차가운 대리석이나 청동으로 굳어있던 미술사 속 연인들이 따뜻한 체온을 가진 인간의 몸을 빌려 현대의 시간 속으로 걸어 나오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관객은 숨을 죽이고 그 느린 호흡에 동화되며, 시간의 밀도가 촘촘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왜 기록을 금지하는가? 


티노 세갈은 자신의 작품이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겨지는 것을 엄격히 금지합니다.

심지어 전시 도록조차 제작하지 않으며, 작품 거래 또한 변호사 입회하에 구두 계약으로만 이루어집니다.

이는 물질만능주의와 과잉 소비 시대에 대한 예술가적 저항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경험은 종종 '이미지'로 대체되어 소비됩니다.

인증샷을 찍는 순간, 우리는 대상을 온전히 느끼기보다 프레임 속에 가두는 데 집중하게 됩니다.


세갈은 이 프로세스를 차단함으로써, 관객이 온전히 '현재'에 머물게 강제합니다.

미술관을 나서는 순간 손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누군가와 눈을 맞추고 대화하며 느꼈던 미묘한 떨림은 그 어떤 JPEG 파일보다 선명한 자국을 남깁니다.

이것이야말로 예술이 줄 수 있는 가장 희소하고 본질적인 가치가 아닐까요.




오직 기억으로만 소장하는 예술 


2026년 봄, 리움미술관이 제안하는 것은 '관람'이 아닌 '참여'이며, '소유'가 아닌 '존재'입니다.

따뜻한 봄햇살이 내리쬐는 오후,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타인의 눈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어 보시길 바랍니다.

티노 세갈의 전시는 언제 다시 마주칠지 모르는 일생의 한 장면과도 같습니다.

이 특별한 상황 속에 당신을 던져보세요.

그곳에서 나누었던 대화와 몸짓의 여운은 전시가 끝난 뒤에도 당신의 삶 속에서 계속해서 변주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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