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옥
밤이 되자 달님은 서서히 온 하늘을 푸름으로 가득 채운다. 어둠 속에서 길을 헤매는 별들을 안내하듯 달님은 더욱 푸르게, 푸르게 짙음을 내뱉는다. 그럼 달님을 향해, 감히 두 손 모아 빌고 또 빌어본다. 어리석은 나 역시 안내해 줄 수 있는지를. 어리석은 나 역시 안내해 줄 수 있는지를, 달님의 푸름을 간직해도 되는지를. 가슴이 먹먹해지도록 그렇게 한참을 빌어본다. 눈물이 뚝. 달님이 대답을 해주었다. 나는 이미 푸름을 간직하고 있다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쌀밥에 묵 한 그릇. 가난한 엄마가 자식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밥상. 어머니께 받은 그 사랑이 바로 너의 푸름이라고. 이미 너의 속에 있다고 말해주었다. 달님의 가르침을 담은 꽃잎 하나. 어머니의 사랑을 담은 꽃잎 하나. 올망졸망 모여 있는 동생들과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히죽 웃는 날들을 그리며 나의 푸름을 꽃밥에 담았다. 밥그릇은 먹을 묻힌 세필로 점을 찍고 날리듯이 표현하여 화강암처럼 보이게 하였다. 달을 닮은 모습을 생각하다 화강암이 마치 달의 표면같이 이 기법을 사용하게 되었다. 넓둥근 밥그릇 안에는 아크릴로 밥알 크기의 꽃잎을 그려 고봉밥을 완성한다. 꽃밥을 그리다보면 어느새 나는 무아지경에 빠져든다. 나도 모르게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 붓질을 한다. 나의 소망이, 희망이 깃들기를 바라보며 보시기에 참 좋았다 라고 느꼈으면 한다. 이장옥 작가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