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숙
Won Jeong Sook

내가 사는 곳은 서울 근교 면 소재지 시골 마을이다. 오래전처럼 불 피우며 밥 짓는 시대는 아니지만 아침이 되면 어디선가 연기가 피어오른다. 아궁이에 밥을 짓는 집이 아직도 있다. 산과 들이 하루를 시작하며 아침 햇살 속으로 피어, 하루 중 가장 따듯하고 정겹게 아침을 감싼다. 집 연기는 품속에 가득 차 있다가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진다. 그 속에는 엄마가 부르는 목소리가 있고 끼니를 걱정하던 저녁과 배고픔의 시대가 향수가 돼버린 그리움이 있다. 하루의 지친 몸을 안식하며, 아랫목에 모여 앉은 발을 기억하고 따뜻한 밥을 짓는 동안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던 따뜻한 추억은 잊을 수 없다. 밥 내음은 향기가 되어 향수에 몸을 담근다. 오래전 엄마가 부르던 손길이 편지가 되어 내 손 끝에 도착하고 떨리던 내 붓끝이 그리움이란 이름으로 그곳을 향해 다가간다. 내 그림은 그리움에게 소식을 전하는 편지이고, 먼 길을 떠나온 우리에게 그곳을 기억하는 그림 일기장이다. 바람이 지나가는 벽. 세월의 흔적을 덧댄 지붕, 나무 전봇대 등으로 표현되는 낡은 집은 거칠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투박하고 고단한 삶을 표상한다. 고도의 기술로 지어진 현대의 아파트는 편리함과 세련됨을 뽐내지만 벽돌 하나, 돌담 하나, 수공예품처럼 한 땀 한 땀 지어진, 과거의 허름한 집들은 오늘날 새로운 정감으로 사람들에게 다가온다. 가파르고 비좁은 오르막길, 다닥다닥 붙은 집들은 도시 변두리 지역이나 달동네에 흔한 풍경이었지만 이후 가속화된 산업화로 지금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그것은 잊고 지낸 과거의 나를 만나는 추억이고, 오래된 친구들과 가족을 떠올리는 추억이기도 하다.

History

1993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개인전 20회>
2023 밥향기2_갤러리보나르(하남)기획초대
2023 Rainbow_솔향갤러리(경북)문화곳간 기획초대
2023 무지개고래_큰나무갤러리(하남)초대
2022 나는 언제나 달달한 잠을 자_아르떼숲갤러리(서울)기획초대
2021 밥향기_희수갤러리(서울)초대
2019 연탄시대Ⅳ_희수갤러리(서울)초대
2018 연탄시대3_희수갤러리(서울)초대
2018 연탄시대2_갤러리낳이(서울)
2018 연탄시대1_갤러리낳이(서울)초대
2017 후두둑,비!_갤러리도올(서울)작가공모당선전
2015 북극에 띄운 종이배_상상채굴단(서울)초대
2015 가을불_북카페&갤러리 치포리(서울)초대
2015 9교시_희수갤러리(서울)초대
2014 ㅎㅎ하얀잠_아트프라자(서울)초대
2014 휘파람 뜰_비주아트(서울)초대
2013 만추애(晩秋愛)_갤러리두들(서울)초대
2012 검은 밤 하얀 꿈_갤러리두들(서울)초대
2011 ㅎㅎ휘파람 서커스_희수갤러리(서울)초대
2008 토크쇼_문화일보갤러리(서울)기획공모당선전
2005 휴식_대안공간풀(서울)

<단체전 51회>
2023
문래동물실록 기획_갤러리로프트 서울
사월의 슬픔,사월의 사랑2부_갤러리로프트 서울
아르떼숲갤러리 개관1주년_아르떼숲갤러리 서울
7 LOFTERS_갤러리벨라
PAPER BOUQOET_갤러리로프트 서울
끝끝내 머무는 거기_더릿 복합문화공간 하남
2022
당신이 선물입니다_아르떼숲갤러리 서울
우리지구와 함께 한마당 <무지개 고래>_용두공원 서울
13 L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