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을 부리는 주술사
La charmeuse de serp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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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을 부리는 주술사
La charmeuse de serpents
먼 이국의 밀림을 떠올리게 하는 낙원, 역광을 받아 검은 형체만 드러나는 이브의 피리 소리에 크고 시커먼 뱀들이 깨어난다. 이들은 창세기의 뱀을 떠올리게 하지만 여인을 위협하거나 유혹하기보다는 여인의 조종을 받는 듯하다. 뱀들만이 아니다. 빽빽하게 우거진 식물들과 특이한 새, 잔잔한 물결, 창백한 공기까지도 여인의 마법에 홀려있다. 마치 기묘한 환상이나 꿈처럼 여겨지는 낯설고도 매혹적인 우주를 창조한 사람은 파리의 시립 세금징수소에서 일한 까닭에 ‘르 두아니에(세관원) 루소’라 불리던 앙리 루소이다. 루소의 그림은 주제나 배경, 구도, 양식, 채색 방식 등 모든 부분이 지극히 새로웠다. 그의 이국 취향과 풍부한 상상력 덕분이기도 하지만 늦은 나이에 독학으로 그림을 익혔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당시 평론가들은 이런 새로움을 유치함과 서툰 솜씨로만 받아들였다. 그러나 브르통, 아폴리네르, 피카소, 칸딘스키, 들로네 등 동시대의 많은 유명 예술가들이 루소의 엉뚱하고 독창적인 미술 세계를 열렬히 예찬했다. 이 그림은 여행을 좋아하는 들로네의 어머니가 주문했는데, 정작 루소는 여행을 다닌 적이 거의 없었다. 젊은 시절 프랑스 군대에 근무했던 루소는 그때 멕시코까지 여행 가서 겪은 전투와 영웅적인 모험을 떠올리며 밀림 그림을 그렸다고 자랑하곤 했지만, 사실 프랑스 바깥을 여행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의 모험은 열대 온실을 갖춘 파리의 식물원과 자연사 박물관, 동물원, 판화, 잡지, 신문과 삽화가 있는 책 속에서 태어났다. 이 그림의 마술적이고 이국적인 식물들도 자세히 보면 고무나무나 산세베리아 같은 평범한 실내 화분용 화초를 크게 확대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루소의 그림에서 야생적인 밀림과 모험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것은, 뚜렷한 윤곽선과 대담하고 짙은 채색법, 제각기 꼼꼼하게 묘사된 인물과 동식물을 환상적으로 조합한 독특한 방식 덕분이다.
앙리 줄리앙 펠릭스 루소 (Henri Julien Félix Rousseau)는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로 나이브 (Naive) 또는 원시 (Primitive) 방식을 사용했다. 그는 또한 르 두 아니에 (Le Douanier)라고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