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바젤 2026 VIP 프리뷰 첫날, 시장은 다시 움직이는가

매년 6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아트바젤은 그해 미술시장의 체온을 재는 자리로 통합니다. 2026년 행사의 VIP 프리뷰가 열린 화요일, 메세플라츠의 문이 열리자마자 거래가 잇따라 성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현장을 취재한 ARTnews는 판매 분위기가 2025년보다 눈에 띄게 활발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딜러들은 이 활기를 코로나 직후의 과열된 투기성 매수와 같은 것으로 보지 말아 달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특히 고가 작품일수록 거래는 더 신중하고 차분하게 진행됐다는 것입니다. 빠른 회복과 조심스러운 낙관이 한자리에서 동시에 읽히는 첫날이었던 셈입니다.


첫날을 끌어올린 거래들

이날 최고가 거래는 하우저앤워스에서 나왔습니다. 파블로 피카소가 1963년에 그린 야외 회화가 3500만 달러에 팔렸습니다. 갤러리 측은 오후 4시까지 모두 35점을 판매했다고 밝혔는데, 그 안에는 사이 트웜블리의 두 작품도 포함됐습니다. 1973년작 'On Returning from Tonnicoda'는 500만 달러, 1959년작 'Sperlonga Drawing'은 250만 달러에 거래됐습니다. 루이즈 부르주아의 2009년작 'Les Fleurs' 역시 250만 달러에 새 주인을 찾았습니다.

하우저앤워스 공동창업자 이반 워스는 이날을 두고 지금껏 경험한 가장 강력한 개막일 가운데 하나였다고 평했습니다. 갤러리 대표 마크 파요는 ARTnews에 사람들이 바젤을 찾는 이유는 오직 아트바젤, 곧 미술 그 자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미 좋은 거래가 이뤄졌고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잠재 거래의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해도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었지만 거래가 마무리되기까지 시간이 훨씬 오래 걸렸던 데 비해, 올해는 하루 이른 시간부터 미국을 포함한 폭넓은 국적의 컬렉터들에게 판매가 이뤄졌다는 점을 차이로 꼽았습니다.

대작은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모든 거래가 개장과 동시에 끝난 것은 아닙니다. 오후 늦게 컬렉터들의 발길이 뜸해질 무렵, 기자는 딜러들로부터 거래가 곧 성사될 듯하니 나중에 다시 들러 보라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다고 합니다. 규모가 큰 작품일수록 결정에 시간이 걸리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가고시안이 선보인 헨리 무어의 'Large Four Piece Reclining Figure'가 그런 경우였습니다. 1972년부터 1973년 사이에 제작돼 1984년에 주조된 이 청동 조각은 한 변이 약 4미터에 이르는 대형작으로 관람객의 발길을 멈춰 세웠습니다. 무어의 말년 비스듬히 누운 인물 연작은 비슷한 예가 3270만 달러에 팔린 전례가 있을 만큼 무게감이 있습니다. 가고시안은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고, 이 작품은 화요일 영업 종료 시점까지도 거래 대기 상태로 남아 있었습니다. 대신 가고시안은 1984년 빌럼 데 쿠닝 회화를 높은 7자리 금액에 아시아의 한 주요 개인 컬렉션에 판매했다고 전했습니다.

회복의 신호와 남은 물음표

첫날의 강세가 완전히 예상 밖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앞서 5월 경매 시즌이 견조한 성적을 내며 성장과 수집 의욕의 회복을 가리켰고, 특히 역사적 작품과 이미 자리를 잡은 작가들에 대한 수요가 두드러졌습니다. 시장이 길었던 조정 국면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는 데 의견이 모이는 분위기입니다. 바젤의 참가 화랑들도 모던과 역사적 작품을 생존 작가와 젊은 작가의 작품과 나란히 배치하며 이런 흐름을 반영했습니다.

그렇다고 의구심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여러 화랑이 문을 닫은 가운데, 동시대 작품이 이 시장에서 어떻게 버틸지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 있습니다. 아트파트너스어드바이저리 설립자 헤일리 위드리그는 중간 시장이 다소 잊힌 듯하다고 짚었습니다. 그는 바젤에 나온 작품 다수가 약 200만 달러부터 시작하는 초고가이거나, 2만 5천 달러에서 15만 달러 사이의 낮은 가격대로 갈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예년보다 양극화가 심해졌고, 부스마다 크게 걸거나 아예 접거나 하는 식의 태도가 엿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첫날의 데이터는 딜러들에게 위안을 줬습니다. 시장이 탄탄한 생존 작가의 동시대 작품이, 이른바 안전한 역사적 작가들만큼, 때로는 그 이상으로 팔렸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는 정오 무렵까지 약 20점을 판매했다고 밝혔는데, 대부분이 동시대 프로그램에서 나온 작품이었고 구매자도 세계 각지에 걸쳐 있었습니다.

한국 미술계는 무엇을 읽어야 할까

바젤의 첫날 흐름은 국내 시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가 정착한 이후 한국 컬렉터와 화랑들은 해외 대형 페어의 신호를 자신들의 가을 시즌 전략으로 번역해 왔습니다. 이번 바젤에서 확인된 두 가지 흐름, 곧 블루칩과 역사적 작품으로의 쏠림과 중간 가격대의 위축은 국내에서도 익숙한 풍경입니다. 검증된 이름에는 자금이 빠르게 모이지만, 막 시장에 진입하려는 신진 작가와 이를 떠받치는 중소 화랑은 상대적으로 어려운 자리에 놓입니다. 회복의 온기가 시장 전체로 고르게 퍼질지, 아니면 위아래로 갈린 양극화가 굳어질지가 올가을 국내 페어를 지켜보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바젤의 화요일 하루만으로 시장의 방향을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다만 거래가 작년보다 빨라졌고, 동시대와 역사적 작품이 함께 팔렸으며, 대작은 신중하게 움직였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로 남았습니다. 회복은 시작됐으되 들뜨지 않은, 한 박자 차분해진 시장의 표정이 첫날에 드러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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