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바젤 뒷이야기: 칸예의 등장과 라인강에 뛰어든 미술계

해마다 6월이 되면 스위스의 작은 도시 바젤은 전 세계 미술계가 모여드는 무대로 바뀝니다. 거대한 부스와 수백 점의 작품 사이를 오가다 보면 정작 사람들의 입에 가장 오래 남는 것은 작품이 아니라 그 주변에서 벌어진 작은 소동들입니다. 올해 아트 바젤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유명인의 깜짝 등장, 강에 뛰어든 갤러리스트들, 전시장을 어슬렁거린 강아지 한 마리까지. 진지한 미술 담론 뒤편에서 오간 풍경을 따라가다 보면 이 거대한 행사가 결국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축제라는 사실이 새삼 와닿습니다.


칸예 웨스트, 아내를 보러 바젤에 나타나다

이번 주 바젤에서 큰 화제를 모은 인물은 래퍼 칸예 웨스트(예)였습니다. 그는 대형 설치 작품이 모이는 언리미티드 섹션을 둘러보며 적잖은 시선을 끌었습니다. 그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아내인 작가이자 건축가 비앙카 첸소리 때문이라고 전해집니다.

첸소리는 바네사 비크로프트가 연출한 기묘한 영상 작품의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도쿄 인근의 반쯤 버려진 호텔에서 촬영된 이 영상은 저승으로 내려가는 페르세포네 신화를 끌어와 만들어졌고, 첸소리는 최소한의 옷차림으로 호텔 복도를 기어가는 모습으로 화면을 채웁니다. 작품의 제목은 'Untitled, Izanami'(2025)입니다. 비교적 보수적인 분위기로 알려진 스위스 페어에서 첸소리가 몸에 꼭 맞는 보디수트 차림으로 나타난 것 자체가 또 하나의 작품처럼 회자되었습니다.

아트 바젤 어워드 만찬과 자전거를 탄 디렉터

마르크트플라츠 인근에서는 아트 바젤 어워드를 축하하는 성대한 만찬이 열렸습니다. 큐레이터와 작가, 후원자들이 모여 올해 후보들을 위해 잔을 들었습니다. 아이콘 부문 후보에는 바버라 크루거가, 신진 작가 부문 후보에는 파라 알 카시미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수상자는 오는 12월에 발표될 예정입니다.

사람들이 자리를 뜰 무렵 뉴 뮤지엄의 예술감독 마시밀리아노 조니가 작은 자전거를 타고 나타나 자신의 신간을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역사를 다룬 책이었습니다. 정작 본인은 "나는 이 만찬에 초대받지 않은 것 같은데"라며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같은 책을 뉴 뮤지엄 만찬에서도 돌렸던 터라, 그날의 그는 유난히 들떠 보였다고 합니다.

분수에 뛰어든 작가, 그리고 강으로 향한 사람들

마이애미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영상 작가 엘사 마리 키프는 미틀레레 다리 곁의 오래된 분수에 알몸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으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즉흥처럼 보이는 이 행동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는 baselFLO 플랫폼과 함께 볼타에서 자신의 사진 작업을 선보이고 있으며, 세계 곳곳에서 진행한 촬영 자체를 하나의 퍼포먼스로 여긴다고 설명했습니다. 여성 작가로서, 또 여성의 시선으로 벗은 몸을 기록하는 작가로서 자부심을 느낀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그는 자연 속의 신체를 담아온 스위스 작가 샹탈 콘베르티니와 나란히 작품을 내걸었습니다.

분수가 아니어도 바젤을 찾은 사람들은 라인강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습니다. 부스 사이를 종일 누비느라 땀에 젖은 미술계 사람들에게 강물에 몸을 담그는 일은 일종의 권장 행사처럼 여겨지며, 특히 갤러리스트들이 이 즐거움을 반깁니다. 슈프뤼트 마거스의 시니어 디렉터 안드레아스 게그너는 이번 주 안에 꼭 한 번 강에 들어가 보고 싶다며 "그러는 사이 페어도 순조롭게 흘러왔다"고 말했습니다. 디 아트 뉴스페이퍼 직원들도 며칠 아침마다 차가운 물살을 가르며 현장 사무실까지 헤엄쳐 출근했다고 합니다. 새끼 오리들을 만나 자연과 하나가 된 기분이었다는 소감이 있었는가 하면, 숙취를 푸는 데 이만한 것이 없다는 농담도 오갔습니다.

전시장에 나타난 가장 사랑스러운 관람객

올해 아트 바젤을 찾은 손님 중 가장 귀여운 존재는 한 마리의 강아지였습니다. 페어 공식 인스타그램에 등장한 이 강아지는 언리미티드 섹션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냈습니다. 티나라는 이름의 이 강아지는 아트 바젤 팀원이 키우는 반려견이라고 합니다. 한 관람객은 티나가 몇몇 작품에 제법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지만, 영상 속 티나는 영국 작가 라이언 갠더의 작품 앞에서는 슬며시 뒷걸음질을 쳤습니다. 벽 속에서 삶과 우주를 논하는, 끽끽 소리를 내는 생쥐가 등장하는 작품이었습니다.

국내 미술계와의 거리

이런 풍경이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한국 미술계와의 거리도 예전만큼 멀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프리즈 서울이 자리를 잡으면서 국내 갤러리와 컬렉터들이 바젤과 서울을 오가는 흐름이 한층 자연스러워졌고, 바젤 현장의 분위기와 화제는 서울의 아트페어 시즌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반복되곤 합니다. 거대한 작품과 진지한 비평 사이에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가벼운 이야깃거리, 바로 그 온도가 미술 행사를 살아 있게 만든다는 점은 어디서나 다르지 않습니다. 올여름 바젤이 남긴 뒷이야기를 즐겁게 읽었다면, 다가올 국내 페어의 풍경도 한층 흥미롭게 다가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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